지난달 31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의 핵심 과제는 미국 국채를 계속 사라고 중국을 설득하는 데 있다고 중국과 미국 언론이 전했다.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달러화 약세로 국채 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중국을 달래는 게 이번 방중의 핵심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양국 언론에 따르면 가이트너 장관은 1일 미국에 투자한 중국의 자금이 안전하다는 점을 집중 강조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베이징(北京)대 강연에서 “미국은 재정적자를 줄일 것”이라며 “예산을 포함한 재정을 훨씬 체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중국이 국제금융 무대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3월 말 현재 7679억 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가이트너 장관의 이날 발언은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가이트너 장관의 중국 방문은 미국 국채를 계속 매입해 달라고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의 분석도 비슷하다. 뉴욕타임스는 “핵심 의제는 중국이 미국 국채에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중국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최근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7명이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많은 전문가가 “미국 달러화와 국채의 전망이 단기적으로 좋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더 나쁘다”고 분석했다.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한 가이트너 장관은 2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