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가 자수하라고 해서’, ‘돈을 숨겨놓았다는 것을 깜박 잊고 이사하는 바람에….’
중국 광저우(廣州)일보가 최근 수년 사이 처벌된 중국의 탐관오리들 가운데 범행발각 과정이 황당무계한 사연들을 1일 소개했다.
후베이(湖北) 성 바둥(巴東) 현의 관리는 자수하라는 점쟁이의 말을 믿고 10여만 위안(약 18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스스로 관계 당국에 털어놨다. 이 현의 다른 관리는 뇌물로 받은 돈으로 도박을 즐기다 자신이 이를 떠벌리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의 한 관리는 무심코 쓰레기를 버렸다가 거액의 뇌물이 탄로 났다. 청소원이 쓰레기 속에서 주운 종이상자 안에 200여만 위안(약 3억6000만 원)이 든 통장 8개가 있었다. 주방에서 물이 새 들통 난 경우도 있다. 충칭(重慶) 시 우산(巫山) 현의 전 교통국장은 아랫집에서 천장에 물이 샌다고 신고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관계 당국이 윗집인 교통국장의 집에서 누수지점을 살피다 화장실 비밀장소에서 무려 1000만 위안(약 18억 원)가량의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정부의 한 국장은 집 철거를 앞두고 몰래 숨겨둔 47만 위안(약 8460만 원)이 든 통장을 깜박 잊고 이사했다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철거반원이 통장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형사사건으로 조사받다가 부패까지 드러난 사례도 적지 않다. 하이난(海南) 성 완닝(萬寧) 시 전 부시장은 부인이 피살돼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이 그의 집에서 거액의 현금과 170여만 위안(약 3억 원)이 든 통장을 찾아냈다.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 시의 한 고위 간부도 차량에 폭탄을 설치해 정부(情婦)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받다가 뇌물죄까지 발각됐다. 허난 성 정부의 고위 관리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 사기꾼에게 걸려 200만 위안(약 3억6000만 원)을 사기당했다가 부패까지 드러났다. 이 밖에도 2008년 초 폭설로 한 재래시장의 지붕이 무너졌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리 10명이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