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혼돈시대? 팍스 시니카 등장?

  • 입력 2009년 6월 3일 02시 57분


‘팍스 아메리카나’ 그 이후 국제사회는 어디로…

국제전문 스타로빈 기자 6가지 시나리오 제시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 국제무대의 새로운 강자는 누구인가.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유럽 전체가 혼란에 빠진 것처럼 국제사회는 새로운 ‘암흑의 혼돈 시대’를 맞을 것인가. 미국의 패권을 중국이 이어받아 ‘팍스 시니카(중국)’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국제 전문가 폴 스타로빈 내셔널저널 기자는 신간 ‘미국, 그 이후(After America)’에서 미국이 쇠락하고 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세계 각지에 자국 군사력, 경제, 문화 등을 전파해온 미국의 힘이 이제 막바지에 달해 이미 패권의 공백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 같은 징후 가운데 하나라는 것.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1일 스타로빈 기자가 전망한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의 세계’를 6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 암흑의 혼돈?

세계사를 살펴보면 주변국을 압도한 강대국(제국)이 멸망한 뒤엔 혼란이 찾아온 경우가 많다. 로마제국의 몰락과 함께 게르만 등 야만족이 각지에서 살육을 벌이고 문화를 파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세계 전체에 영향력을 끼친 만큼, 쇠락이 가져올 혼란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변화에 대비해 돈이나 자원 등을 미리 확보한 국가들이 탐욕스러운 강자로 부상하는 반면, 그러지 못한 나라들은 패배자로 몰락해 국제사회의 혼돈이 지속될 것이다.

○ 행복한 혼돈?

다양성과 첨단기술을 갖춘 국가, 지역이 각자 패권을 주도하는 긍정적 혼돈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역사상 최후의 ‘글로벌 골리앗’으로 기록될 것이다. ‘행복한 혼돈 시대’는 인도 등 동양권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패권 장악보다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 지역별 다극화?

지역별로 경제, 문화, 외교를 각각 주도하는 리더 국가가 출연해 힘의 다극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 아시아에선 중국과 인도, 북미에선 미국, 남미에선 브라질 등이 주목받는 나라다. 국제사회에선 큰 영향력이 없는 이란과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각각 중동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질서를 주도할 수 있다. 유럽은 러시아와 지역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 ‘팍스 시니카’?

중국이 미국에 이어 새로운 강자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할 것이다. 이 경우 이미 과거에 중국과 긴장관계를 경험한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주변국은 중국의 힘에 굴복하고 변방 수준으로 몰락하는 운명에 처한다. 중국과의 무역이 각국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칠레 등 천연자원 수출이 많은 국가일수록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다.

○ 글로벌 도시국가?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 도시가 국가 역할을 맡으며 부상한다. 이미 도시 중심적 문화가 발달된 유럽에 유리하지만 아시아와 미 대륙 국제도시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코즈모폴리턴(세계 시민)적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익숙한 사업가, 교수, 예술가 등은 글로벌 엘리트로 세계를 좌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특히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각광받을 것이다.

○ 진정한 글로벌?

여러 지역의 문화, 생활 등이 복합된 다국적(universal) 문명이 등장해 진정한 세계화가 이뤄진다. 앞에 언급한 글로벌 도시국가 시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 같은 시대엔 특정 국가, 지역이 패권을 장악하는 기존의 국제질서는 무의미해진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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