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편의점 ‘강도 즉석개종 사건’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의 ‘셜리 익스프레스’ 편의점 주인 모하마드 소하일 씨가 지난달 21일 밤 12시경 가게에 들이닥친 40대 강도에게 자비를 베풀어 되돌려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위 사진은 소하일 씨가 소총을 꺼내들고 반격하자 강도범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소하일 씨가 다시는 강도짓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강도에게 돈을 건네는 모습. 유튜브 동영상 캡처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의 ‘셜리 익스프레스’ 편의점 주인 모하마드 소하일 씨가 지난달 21일 밤 12시경 가게에 들이닥친 40대 강도에게 자비를 베풀어 되돌려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위 사진은 소하일 씨가 소총을 꺼내들고 반격하자 강도범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소하일 씨가 다시는 강도짓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강도에게 돈을 건네는 모습. 유튜브 동영상 캡처
미국 뉴욕의 한 편의점 주인이 배고픔에 지쳐 강도짓에 나선 범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되돌려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미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CNN 등 미 언론은 3일 자칫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 뻔했던 강도범을 회개시키고 돈과 빵을 줘 되돌려 보낸 상점 주인의 용기와 지혜에 온 국민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1일 밤 12시 무렵. 복면을 한 40대 강도가 뉴욕 롱아일랜드의 ‘셜리 익스프레스’ 편의점에 들이닥쳤다. 파키스탄계 이민자인 편의점 주인 모하마드 소하일 씨(62)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과민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돈을 내놔라”고 위협하는 강도에게 “진정하라”며 안심시켰다. 순간 소하일 씨가 카운터 밑에서 소총을 꺼내들었고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당황한 강도는 방망이를 버리고 무릎을 꿇은 채 “경찰에 신고하지 마세요. 쏘지 마세요”라며 애원했다. 강도는 이어 “돈 한 푼 없어요. 집에 먹을 것도 없어요”라며 어린애처럼 울부짖었다. 동정을 느낀 소하일 씨는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40달러와 함께 빵 한 개를 강도에게 건넸다.

편의점 주인의 친절에 감동한 이 어설픈 강도는 “당신과 같은 이슬람교도가 되고 싶다”고 자청했고, 그 자리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하는 의식까지 치렀다. 소하일 씨는 그에게 파키스탄의 전 총리와 현 대통령의 이름을 섞은 ‘나와즈 샤리프 자르다리’라는 이슬람 세례명을 붙여줬다. 소하일 씨가 “이슬람교도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우유 한 병을 건네려고 잠시 등을 돌린 사이 이 강도는 쏜살같이 자취를 감췄다.

10분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이 강도미수 사건은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혀 지역 신문인 뉴스데이의 사이트(www.newsday.com)와 유튜브 지상파 등 각종 매체를 타고 방영됐다. 소하일 씨는 보도가 나간 뒤 “20여 차례의 언론 인터뷰 세례를 받았다”며 “이번 사건은 내 인생도 바꿨다.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단골 고객 중 한 명인 신디 라일리 씨는 “소하일 씨 같은 사람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한 것 같다”며 “강도에게 자비를 베푼 그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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