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맥주 광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목 넘김이 다르다’ ‘시원하다’와 같이 제품의 특성을 부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 외모가 뛰어난 매력적인 모델을 내세워 고급스러운 제품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는 그동안 금기시되던 포르노 잡지를 소재로 썼다. 평범하게 생긴 20대 남자가 버드라이트 박스를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맥주를 내려놓고, 풍선껌을 고르는 척 눈치를 보던 이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텅 인 치크’ 잡지 좀 주세요”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귀가 어두운 주인 할머니는 “뭐요? 아! 포르노 잡지?” 하더니 돋보기로 잡지 칸을 뒤지며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뒤에서 들리는 불길한 목소리. 한 예쁜 여자동창이 남자에게 말을 건다. “고등학교 졸업무도회 이후 처음 만났네. 너무 반갑다.”
그러나 눈치 없는 주인 할머니는 “여기 있네요. 당신이 찾던 포르노 잡지. 사은품으로 성인용품도 준대요”라고 외친다. 남자는 여자동창에게 “친구 부탁으로 사가는 것”이라고 변명하며 서둘러 잡지와 맥주를 손에 들고 문을 나서려는 찰나, 운 없는 주인공은 때마침 들어온 강도의 인질이 된다. TV리포터는 “인질은 포르노 잡지를 사러 들른 짐 스콧이라고 합니다”라고 전국방송을 한다는 내용이다.
타임지는 이 광고가 ‘우리 맥주를 사가는 남성은 포르노 잡지도 좋아한다’는 설정을 썼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선보인 광고 ‘벌금 항아리’ 편은 한 회사에서 욕할 때마다 벌금을 내고, 그 돈으로 맥주 파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온 회사 직원이 나서서 말끝마다 욕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는 지난해 에미상 웹 광고 부문을 석권했다. 세인트조지프대의 마이클 솔로몬 경영대 교수는 “몇몇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소재일지 모르지만, 맥주를 소비하는 핵심 소비층을 겨냥한 유쾌한 광고”라고 평가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