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8일 파산보호에 들어간 크라이슬러가 자산을 매각하는 작업을 잠정 보류하라고 판결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이날 크라이슬러가 피아트 등이 대주주가 되는 신설 법인에 자산을 파는 것을 유보해 달라며 인디애나 주 연금펀드 3곳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고 CNN이 보도했다. 교직원 펀드 등 3개 연금펀드는 크라이슬러에 4000여만 달러를 투자한 소액 채권자들. 이들은 보상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매각 유예기간이 한시적이라고 밝혔으나 언제까지 유보될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만약 대법원이 원고 측 청문회 개최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모든 절차를 마치는 데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지프와 크라이슬러, 다지 브랜드 등 크라이슬러의 주요 자산을 새 크라이슬러 법인에 판다는 회생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피아트가 15일까지 미국 법원의 파산보호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크라이슬러 매입계약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새 크라이슬러 법인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55%, 피아트가 20%,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10%의 지분을 가지며 실질적인 경영권은 피아트가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를 사겠다고 나선 유일한 자동차 제조업체로, 만약 피아트가 손을 떼면 크라이슬러로서는 파산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 크라이슬러 매각이 최종적으로 보류되면 GM의 구조조정 작업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대법원이 청문회 개최 등 본격적인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