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인 자’와 ‘풀린 자’의 갈린 운명?
미국 재무부가 거액의 정부 구제금융을 받았던 일부 대형 금융회사에 대해 공적자금을 조기상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은행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구제금융을 받은 10개 은행에 총 680억 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갚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구체적인 명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달 정부가 실시한 재무건전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거나 충분한 자본을 확충했다고 평가받은 은행이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은 승인을 받지 못했다.
재무상태가 안정된 일부 대형은행은 지원받은 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를 압박해 왔다.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한 은행 행정업무에서부터 자금운용, 임원 보수, 인사 등까지 까다로운 정부 규제와 감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JP모간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몬 회장은 “(구제금융은) 정치적 간섭과 규제에 은행을 묶어놓는 주홍글씨”라고 말했다. 그동안 “자금조달 능력과 재무건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조기상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해 오던 정부가 조기상환을 전격 승인하면서 대상 은행은 금융위기의 부담을 털고 본격적인 재도약의 ‘날개’를 달게 됐다고 환영한 것.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의 안정세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TARP 조기상환 결정이 정부의 금융개혁 속도를 늦추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