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3단계 격상 검토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의 ‘대유행(pandemic)’을 공식 선언했다. WHO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마거릿 챈 사무총장 주재로 과학자와 보건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상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WHO의 전염병 ‘대유행’ 선언은 1968년 홍콩 독감 때 100만 명이 숨진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4월 23일 WHO에 공식 보고된 이후 40여 일 만에 감염자수가 총 74개국 2만7737명에 이르며 사망자는 14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감염자 수가 1만3217명으로 가장 많고 멕시코 5717명, 캐나다 2446명, 칠레 1694명, 호주 1224명 등이다.
이로써 신종 인플루엔자는 북미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대양주, 북아프리카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만 제외한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감염국 수로 보아도 전 세계의 3분의 1을 훨씬 넘어섰다.
전염병 경보가 6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WHO는 제약업체들에 계절용 인플루엔자 백신의 생산을 중지하고 가능한 한 신속히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도록 권고하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경보의 격상은 이 바이러스의 ‘지리적 확산’이 대유행의 정의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 뿐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인플루엔자의 경우 사망자는 25만∼30만 명 수준이며, 이런 점에 비춰 신종 인플루엔자의 심각성은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정부도 이날 오후 11시 유영학 보건가족복지부 차관 주재로 질병관리본부 대책회의를 소집해 현재 2단계인 국가재난단계를 3단계로 높이는 문제를 검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도 공식 재난단계는 2단계지만 사실상 3단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WHO의 결정에 따라 우리 정부도 재난단계를 3단계로 공식 격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대유행’ 6단계
전염병의 확산 수준 6단계 중 최고단계. 한 대륙의 2개 이상 국가에서 발생한 인간 대 인간 감염이 다른 대륙의 국가로 옮겨갔을 때 지정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