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나선 中… 콧대 높아진 자원부국
中 6개월새 230억달러 투자…유전-철광석등 확보 열올려
원자재값 올들어 다시 급등…정부차원 특단대책 필요
○ 중국이 주도하는 ‘자원전쟁 2라운드’
리튬은 휴대전화기와 노트북 PC 등의 배터리로 많이 쓰이는 경금속. 앞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락 주(駐)볼리비아 대사는 “리튬 매장량이 540만 t인 볼리비아가 리튬 자원 활용을 국운을 일으킬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상에서 볼리비아가 생짜 고집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말고도 리튬에 눈독을 들이며 제안서를 내거나 협상을 벌이고 있던 나라가 세 곳이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 프랑스, 일본이다. 특히 중국은 2조 달러(약 2500조 원) 가까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광구와 국제자원개발 기업 매수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은 6개월 남짓 동안 230억 달러(약 28조8000억 원) 이상을 해외 자원 확보에 투자했다. 호주 여론이 나빠져 최근 무산되기는 했으나 중국알루미늄공사(차이날코)는 올해 2월 세계 메이저 철광석생산업체인 호주 리오틴토의 지분 18%를 195억 달러(약 24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지난해 10월 중국해양유전은 노르웨이의 석유설비업체인 아윌코오프쇼어 ASA를 25억 달러(약 3조 원)에 사들였다. 그해 12월엔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가 캐나다의 석유가스회사 탕가니카 오일을 15억 달러(약 1조8800억 원)에 샀다.
○ 자원 부국들은 경계심 높여
지난해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가 떨어지자 “올해가 해외 자원개발에 최적기”라는 목소리가 한국의 민관 양쪽에서 나왔지만 실제 자원 시장 상황은 예상했던 것과 이처럼 다르다. 한국에 좋은 기회는 중국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벽’에 부딪혀 느끼는 좌절감은 상당하다. 노성빈 한국전력공사 호주법인장은 “호주 광구 입찰 때 중국이 써 내는 가격은 도저히 상식적인 계산으로는 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한 국내 자원개발 기업 관계자는 “돈으로는 중국의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등의 논리로 상대 국가 사람들을 설득하려 한다”고 말했다.
‘자원전쟁 2라운드’의 또 다른 특징은 자원 보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 성향이 더 심해졌다는 것. 남미와 아프리카의 자원 보유국들은 2007∼2008년 원자재 가격 급등을 경험하면서 ‘자원의 힘’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호주 등 그동안 노골적으로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던 국가들까지 중국의 압도적인 물량공세에 경계심을 높이게 됐다.
가뜩이나 역량이 취약한 한국으로서는 자원전쟁이 점점 불리한 국면으로 진행되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철규 해외자원개발협회 상무는 “민간 부문의 역량이 아직 미흡한 만큼 자원개발은 당분간 정부 주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최근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4개 공기업의 해외 지사 17곳에 ‘현재 거주하는 국가에서 한국의 자원개발을 위한 투자 노력’을 설문조사한 결과 해당 국가에 진출한 나라 평균 10개국 중 5위에 그쳤다. 현지 자원개발의 애로사항(복수응답)에 대해선 ‘자금부족’(80%)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시드니=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라파스=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알마티=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