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입김이 세졌기 때문에 중국 경계론도 나올 것이다.”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인 14일 러시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5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 제3의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 러시아는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14일 “예카테린부르크 도로와 주택이 새로 단장되고 회담 장소는 안전요원으로 둘러싸인 요새로 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개최하면서 안보 분야에서 주도권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그루지야전쟁 이후인 지난해 8월 28일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SCO 정상회담에서 그루지야 내 자치구역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독립에 대한 회원국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그 후 러시아는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썼지만 동맹기구 안에서도 지지 기반을 넓히지 못했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주도하기 위해 ‘반짝 이벤트’도 준비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이번에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을 러시아에서 만난다고 인도 일간 힌두가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다고 러시아 내 전문가들이 말했다. 중국이 이들 기구에서 입김이 세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회원국들에 제공한 차관 덕분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석유를 도입하는 대가로 각각 250억 달러와 100억 달러의 장기 차관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러시아와 브라질이 중국 차관 수혜국이기 때문에 회담의 중요 의제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꺾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이번에 달러화 대신 자국 화폐를 통용하자고 주장할 것이지만 이 역시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벨라루스 등과 6500억 위안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뒤 그 대상국을 SCO 인접 국가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급성장에 견제론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주도로 관세를 물지 않은 공산품을 러시아 전역에서 검사하고 있다. 최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중국 공산품이 집중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안보전문가인 갈리나 빅토롭스카야 씨는 “이번 회담에 참석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두 개 정상회의의 맹주 역할을 맡겠지만 견제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