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층 평탄해 기계화 작업 용이
광물公 스프링베일 등 12곳서 사업
82%지분 와이옹 광산 채굴 허가땐
年 450만t 38년치 유연탄 확보
5월 초 호주 시드니에서 서북쪽으로 160km 떨어진 리스고 시. 한국은 늦봄인데 이곳에는 가로수에 단풍이 들어 있었다. 승용차로 5분 정도 달려 시내를 벗어나자 ‘스프링베일’이라는 간판이 나타났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SK에너지가 각각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연탄 채광장의 이름이었다. 단층으로 지어진 사무실용 건물들은 울창한 산림 속에 포근히 안기듯 자리 잡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하 300m에 위치한 갱도 안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크르르릉, 크르르릉.’ 지름이 2m가량인 채탄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자 유연탄 덩어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채탄기는 2개가 한 쌍이 돼 유연탄 탄층을 부쉈다. 떨어진 덩어리는 약 3.5km에 이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탄광 밖으로 실려 나갔다. 이어 분쇄기를 통과하면서 크게는 강아지만 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유연탄 덩어리가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부서졌다.
스프링베일의 직원은 사무직까지 포함해 280여 명. 이들은 지난해 380만 t의 유연탄을 캐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에서 근로자 5000여 명이 277만 t의 무연탄을 캐낸 것과 비교하면 20배에 가까운 생산성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스프링베일을 감독하는 박상섭 광물공사 기술 매니저는 “스프링베일의 독특한 탄층과 기계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스프링베일의 유연탄 탄층은 지하 300m 아래에 평평하게 분포돼 있다. 이 덕분에 300m까지 굴을 뚫은 후 채탄기로 손쉽게 채광할 수 있다. 막장을 반나절 동안 한 번 왕복하면 약 1500t의 유연탄을 캘 수 있다. 반면 한국의 무연탄 탄층은 굴곡이 많아 대형 채탄기를 쓸 수 없다. 소형 기계나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 매니저는 “원래 스프링베일은 호주 국내 발전용으로 개발됐지만 생산량이 늘면서 수출까지 담당한다”며 “지난해 150만 t 정도를 수출했는데 그중 약 60%는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스프링베일의 유연탄 생산량 중 한국 지분(50%)만큼은 유사시 언제든지 한국에 우선적으로 보낼 수 있다. 한국 민관(民官)이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유연탄 확보 전쟁
광물공사는 스프링베일을 포함해 호주에서 12개 사업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기대를 거는 곳은 시드니 동북쪽 100km 지점에 있는 와이옹 광산. 광물공사가 82.25%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끝내고 지방정부의 최종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허가가 떨어진다면 연간 450만 t을 38년 동안 채광할 수 있는 유연탄 광구가 우리 것이 된다.
이곳에 대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기업들도 잇달아 광물공사에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하는 등 ‘군침’을 흘리고 있다. 와이옹 사업을 총괄하는 이동섭 광물공사 매니저는 “특히 중국 원자재 개발 기업에서 투자 문의가 많은데 호주 정부의 허가권을 얻는 데 집중하기 위해 모두 거절했다”며 “특히 중국은 2, 3년 전부터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호주의 자원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 자료에 따르면 2006년 5월∼2007년 6월 중국과 일본은 호주의 광물에 대해 각각 12억300만 호주달러(약 1조2267억 원), 14억3300만 호주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한국의 투자액은 1억3500만 호주달러에 그쳤다. 이 매니저는 “‘돈’으로는 중국 일본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며 “대신 광물의 구매처 확보, 기술 전수 등 다양한 메리트를 포괄적으로 제시한다”고 전했다.
최원석 KOTRA 호주KBC 과장은 “일본과 미국, 유럽은 1980년대 이전부터 호주 광물에 본격적으로 투자해 지금까지 투자를 이어오고 있고, 수년 전부터 중국 국영기업들이 호주 광물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고=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