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더하기 아닌 빼기… 기능 충실해야 좋은 디자인”

  • 입력 2009년 6월 16일 02시 56분


■ 日 세계적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 e메일 인터뷰

CD플레이어-삼성 노트북 등 손대는 작품마다 히트

“디자인 위한 디자인 말고 쓰임새와 조화 이뤄야”

일본 생활용품 디자인 브랜드인 ‘무인양품(무지)’ 히트상품 중에는 환풍기 모양의 CD플레이어가 있다. 학창시절 교실 벽에 붙어 있던 아날로그 선풍기처럼 CD플레이어 밑에 꼬리처럼 달린 줄을 잡아당기면 바람 대신 음악이 흘러나온다. 줄을 보면 잡아당기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해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을 디자인한 주인공은 후카사와 나오토(深澤直人·사진) 씨.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명성의 제품 디자이너다.

그는 무지의 디자인 자문위원뿐만 아니라 애플, 세이코, 히타치, NEC, 도시바, 비앤드비 이탈리아, 보피 등 글로벌 기업의 제품 디자이너로도 활동해 왔다. 그의 작업영역은 전등, 토스터 같은 생활가전제품부터 휴대전화, 컴퓨터 스크린, 가구까지 다양하다.

후카사와 씨는 지난해 여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가 그를 제품 디자이너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올봄 그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내놓은 첫 작품인 넷북 ‘N310’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미주 등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e메일로 그를 만나봤다. 인터뷰는 10여 차례 답신을 주고받으며 약 한 달에 걸쳐 이뤄졌다.

후카사와 씨는 자신의 디자인 정수가 ‘평범함’에 있다고 했다. ‘인간의 생활과 융화되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다운 대답이었다. 그의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인의 개성이나 불필요한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디자인은 깔끔하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한 ‘정직한 미(美)’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 그래서 그가 디자인한 제품은 잘 팔린다. 수많은 기업이 그에게 ‘공동작업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일본에 ‘스(素·꾸미지 않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가공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의미하죠. 실제로 디자인에서는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무지의 제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도 ‘꾸밈없음’을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올바른 디자인’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좋다’고 하면 정서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올바른’이라고 하면 기능에 충실한 도구를 만든다는 느낌이 든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그는 최근과 같은 세계적인 불황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묻자 “소비자가 정말로 ‘적절한 물건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요즘이야말로 ‘바람직한 디자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디자인이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물건 고유의 모양새와 쓰임, 환경과의 조화를 위한 디자인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그는 “불황에 가격을 내리면 당장은 사업이 잘될지 모르지만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기업은 망하게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제품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이래 매월 한두 차례씩 한국을 오가고 있다.

“새로운 회사와 함께 일하기로 할 땐 그 기업이 사회가 추구하는 것을 읽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를 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넷북이 많은 사람의 PC가 될 것임을 읽고, 이를 적정한 가격의 제품으로 개발해 세계에 확산시키는 기업이란 점에서 같이 일하고 싶었죠.”

그는 “삼성전자의 경영진과 개발자, 디자인책임자의 사물을 보는 감각이 날카롭다고 생각했다”며 “단기간에 나의 생각이 충실히 실현된 품질 좋은 제품이 완성돼 놀랐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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