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기 작가 위추위 쓰촨지진 ‘허위기부’ 논란

  • 입력 2009년 6월 16일 02시 56분


중국에서 손꼽히는 유명 작가가 ‘허위 기부’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작가 위추위(余秋雨·사진)는 지난해 5월 12일 쓰촨(四川) 성 대지진 발생 직후 20만 위안(약 3600만 원)을 기부해 재해지역에 학교 1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예술평론가이자 문화학자로 2006년 1위를 차지하는 등 해마다 인세 수입이 상위권에 오르는 저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한국에도 ‘중국문화답사기’ ‘유럽문화기행’ 등 작품이 번역돼 소개됐다.

15일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그는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 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이 작가가 학교를 짓지도, 기부단체에 돈을 내지도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월 말 문학잡지 ‘베이징원쉐(北京文學)’의 샤오샤린(蕭夏林) 편집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위추위 20만 위안 기부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의문을 처음 제기했다. 그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위추위의 말을 믿지 않아 지난 1년간 주의 깊게 관찰해 왔으나 돈을 냈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언론들은 쓰촨 성 정부 등 공공기관과 홍십자회 등 자선단체에서 위추위가 기부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위추위 측은 학교를 짓기에 돈이 부족해 재해지역 중 한 곳인 두장옌(都江堰)에 학교 3곳을 정해 도서관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들 학교의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도서관 건립이 미뤄졌다고 반박했다. 또 이미 돈을 보냈고 9월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도서관도 함께 문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샤오 편집인은 “학교 이름을 왜 밝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중톈(易中天) 샤먼(廈門)대 교수는 14일 “언제 누구에게 돈을 보냈는지 등 더 자세히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등 중국 문학계가 연일 이 문제로 뜨겁다. 하지만 위추위 측은 15일 현재까지 인세로 받은 돈을 기부했고 인내를 갖고 기다려 달라고만 말할 뿐 핵심 의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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