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이란 대통령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이란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전국 규모의 시위행진이 벌어지는 가운데 낙선한 개혁파 후보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전격 회동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계획을 갑자기 취소했다.
이란 국영 라디오는 15일 무사비 전 총리가 14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만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헌법수호위원회에 무사비 전 총리 측이 제기한 의혹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지역안보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무사비 전 총리는 15일 테헤란에서 열린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차량에 탑승한 채 참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무사비 전 총리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앞서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 수천여 명은 14일에도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독재자 타도’, ‘우리 대통령은 무사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투석전을 벌였다. 이에 경찰도 최루가스와 곤봉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이란 경찰은 17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중단시키고, 개혁 성향의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이란의 최고 헌법기관인 헌법수호위원회는 15일 무사비 전 총리와 모흐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제출한 대선 결과의 무효화 요청에 대해 7∼10일 안에 선거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한 통제 역시 크게 강화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심리전쟁을 그만두라”고 비난한 서방언론들에게 추방령이 잇따랐고 무사비 전 총리가 소유한 신문 ‘칼라메흐 사브즈(녹색세계)’는 정간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