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방 성향의 ‘3·14동맹’이 친이란 성향의 헤즈볼라를 누르고 승리한 레바논 총선과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표출된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우리가 본 것은 경직된 사회를 깨뜨리려는 네 가지 역사적 원동력의 산물이었다.
첫 번째는 첨단기술의 확산이다. 인터넷을 비롯해 블로그, 유튜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은 중동사람들에게 소통하고, 정치적으로 결집하며, 지도자를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도구를 선사했다. 곳곳에서 선거과정을 지켜보는 휴대전화 카메라는 부정선거를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레바논 총선 투표일 저녁 ‘3·14동맹’의 지도자인 사드 하리리를 인터뷰하러 베이루트에 있는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거실에는 선거결과를 보여주는 커다란 TV가 놓여 있었다. 선거참모는 노트북을 이용해 마을별 득표 현황을 분석해 화면에 보여줬다.
두 번째는 진정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Space)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벌인 값비싸면서도 왜곡된 전쟁을 증오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2003년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을 축출함으로써, 2005년 레바논에서 시리아를 내쫓음으로써 부시 전 대통령은 과거 수십 년간 이라크나 레바논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1970, 80년대 베이루트에서 취재할 때 나는 주로 쿠데타와 전쟁을 취재했다. 당시 총선을 치른 레바논 사람들은 선거 결과를 밤새 기다렸다. 아랍에서 선거는 농담의 소재였다. 실제로 그랬다. 그들은 하페즈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선거 농담을 내게 들려줬다. 시리아에서 투표가 실시된 뒤 한 참모가 아사드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님, 99.8%를 득표하셨습니다. 이는 시리아 국민 1000명 중 2명만이 당신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이에 “그들의 이름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는 게 농담의 결론이다.
세 번째는 부시 행정부가 아랍 독재라는 담에 구멍은 뚫었지만 계속 이어가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정치적 진공 상태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잘 조직된 각 정당은 이슬람 세력이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 수니파의 친알카에다 세력, 이라크의 친이란 이슬람 세력,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가자의 하마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슬람세력은 종교적 생활방식을 주민에게 강요하거나 국민이 원치 않는 대결 국면으로 사회를 이끌어갔다. 이러한 행태는 국민들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레바논에서 파키스탄 이란에 이르기까지 온건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네 번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다. 아랍과 이슬람 정권들은 부시 전 대통령과 맞서는 것이 정치적으로 매우 유용하다는 점을 알았다. 부시 행정부는 아랍과 이슬람 정권들을 악마처럼 여겼고 반대로 그들은 부시를 악마로 생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소프트 파워’는 이러한 갈등을 많이 진정시켰다. 그 결과 친미는 이제 모욕이 아니다. 중동 지역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힘은 매우 강력하고 냉엄하다. 이란을 보라. 처음으로 중동에서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바람이 약하게나마 불고 있다. 잘된 일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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