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적극 배려’ 오바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 입력 2009년 6월 16일 02시 56분


《"회담의 형식보다 내용과 실질을 중시하며 1분 1초도 아끼는 오바마 백악관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는 상당히 배려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의 머릿속에 한미동맹, 그리고 한반도 이슈의 중요성이 깊이 입력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6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관여해온 외교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의제와 형식 모두 한국이 원하는 쪽으로 맞춰가자"며 적극 호응했다고 전한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이래 회담과 오찬을 모두 하는 정상회담은 드물었고, 로즈가든 기자회견도 처음이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데는 최근 북한의 도발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백악관에 입성하고 나서야 한반도를 주목하기 시작하는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깊은 이해와 친근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때 오바마 캠프의 외교안보 자문그룹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전언과 각종 기록을 토대로 '오바마 대통령이 보는 한국'을 요약해본다.》

① 친숙한 한국= 어린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청소년기를 한인교민이 많은 하와이에서 보낸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문화를 자연스레 접하며 자라났다. 그는 일리노이 주 의원시절 시카고 스포츠클럽에서 미국인 사범에게서 태권도를 배웠다. 이복 여동생에 따르면 하와이 시절 일주일에 한번은 비빔밥을 먹었다. 대선때 청중과의 대화에서 질문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자기소개를 하자 즉각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기도 했다. 당선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선 "하와이에서 자라며 한국계 미국인을 접해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며 "불고기와 김치는 가장 좋아하는 점심 메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② 얄미운 한국인= 그는 대학 졸업후 시카고 흑인 빈민가에서 커뮤니티 운동을 하면서 한인 에 대해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인상을 받는다. 자서전에는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외부인들이 우리 지역에서 장사를 해 돈을 벌면서도 우리의 형제자매를 우습게 여깁니다.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국인 아니면 아랍인입니다…한국인이 고객을 우습게 여긴다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당장 가서 따집니다"는 흑인 지역 지도자의 말이 등장한다. 오바마 캠프 출신 한 인사는 "한인들이 흑인커뮤니티에서 돈을 번뒤 지역 발전을 위해 환원(재투자)하는 대신 백인 거주지역으로 빠져나가는데 대해 당시 청년 오바마는 다소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국은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수천 대도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자동차 무역역조가 품질과 서비스 등 경쟁력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불공정한 비관세 장벽때문이라는 '오해와 선입견'을 가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③ 배워야할 한국인=오바마 대통령은 진보성향이지만 무조건적 평등주의자는 아니다. 흑인사회의 빈곤을 사회구조의 탓으로만 돌리는게 아니라, 흑인 가정의 자활과 자립을 강조해왔다. 특히 흑인 가장(家長)들이 가정을 팽개치는 현상을 질타해왔다. 그런 가치관에 근거해 그는 한국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해왔다. "한국 어린이가 미국 어린이보다 (1년에) 한 달 이상 더 수업을 받는다"거나 "한인들은 근면하고 강력한 가족과 공동체 윤리를 통해 미국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등의 발언에는 '한인은 교육과 공동체에 몰두하는 사람들'이란 인식이 담겨있다. 4일 카이로 연설에서도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은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④ 경계해야할 한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일본, 한국처럼 연료 소비효율이 높은 차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미국 자동차들이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나 이들 차에는 한국산 배터리가 들어간다"는 등 미국 산업의 경쟁상대로서의 한국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왔다.

⑤ 없어선 안 될 동맹=미국 사회는 수년 전부터 한국을 '북한이란 프리즘'을 통해 보는 분위기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고 핵비확산체제가 흔들리는걸 걱정하며 북한의 핵도발을 자국안보 이슈로 여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도발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맞은 최대의 외교안보 도전이다. 그의 참모와 자문그룹은 이런 도전에 맞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굳건한 한미동맹이라고 지속적으로 조언해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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