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75억달러 내면 중국은 100억달러 쏜다”

  • 입력 2009년 6월 18일 03시 00분


중앙亞 영향력 확대 ‘中-러 錢爭’

중국과 러시아가 자원강국으로 떠오르는 중앙아시아에서 사안별로 경쟁을 하거나 협력을 하면서 각기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도 국가주석은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국제금융위기에서 벗어나도록 100억 달러의 신용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구매와 투자, 신용 제공 등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제안을 환영하고 있다. 중국은 신용 제공으로 영향력도 넓히고 이 지역의 석유와 가스 및 다른 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SCO는 2001년 7월 중국의 제안으로 구성됐다. 중국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 등 6개 정회원국과 인도 이란 몽골 파키스탄 등 옵서버 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올 2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벨라루스 등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정상들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100억 달러 규모의 국제구제기금을 창설키로 했다. 러시아는 이 기금에 75억 달러를 출연해 옛 소련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토대로 삼을 태세다.

16일 SCO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첫 정상회담에서는 기존 국제금융체계의 개편과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개도국의 발언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16개 항의 ‘브릭스 예카테린부르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세계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브릭스 4개국 정상들은 내년에도 브라질에서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어서 달러 중심 국제경제질서에 도전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브릭스 내부에도 분열될 조짐이 있어 결속력 있는 실체로 커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초국가적 기축통화 창출이 필요하다”며 ‘달러 때리기’에 나선 반면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1조9500억 달러 규모의 외환 대부분을 달러 베이스로 가지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달러가치 하락의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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