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고를 왜곡하는가?’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가 18일 시작됐다. 프랑스 언론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반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 문제를 공개했다.
문학계열에서는 ‘역사의 객관성은 역사가의 공정성을 전제로 하는가’ ‘언어는 사고를 왜곡하는가’가 출제됐다. 상경계열에서는 ‘교환에서 얻는 게 뭔가’ ‘기술의 발달이 사람을 변화시키는가’란 문제가 나왔고, 이공계열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가’ ‘과학으로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의 전 남편인 라파엘 앙토방 교수(철학과)는 주간 렉스프레스 인터넷판에서 문학계열의 첫 주제는 역사가가 객관적이지 않는데 역사를 객관적으로 쓸 수 있는지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레몽 아롱이 언급한 ‘관여적 관찰자(spectateur engag´e)’로서 역사가의 모습을 사례로 제시했다. 앙토방 교수는 상경계열의 첫 주제에 대해서는 주고받는 것(교환)을 주기만 하는 것(기증)과의 관계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식에게 베푸는 어머니의 사랑을 사례로 들면서 인간이 교환에서 벗어나는 순간 진정 의미 있는 것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공계열의 첫 주제와 관련해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이 진정 가능하다고 믿을 때 인간은 어리석게 된다며 중국의 문화혁명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지난해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서는 ‘타인을 아는 것이 자기가 자신을 아는 것보다 쉬운가’ ‘예술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가’ ‘괴로워하지 않고 뭔가를 원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