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유혈진압? 결승투표? 권력분배?

  • 입력 2009년 6월 20일 02시 59분


이란의 톈안먼(天安門) 사태? 짐바브웨식 해결? 2.0 혁명?

대선 이후 소용돌이치고 있는 이란 정국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들끓는 민심 속에 시위가 격화되면서 외신과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온라인은 19일 이란 사태의 향후 국면을 4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전망했다.

첫 번째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이어지면서 ‘제2의 이슬람 혁명’에 성공하는 것.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과 현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젊은 세대의 결집력이 중요한 변수다. ‘웹 2.0’(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2세대 인터넷 환경)을 따서 ‘혁명 2.0’ 시나리오로 불린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강경파의 영향력, 그리고 그가 쥐고 있는 친정부 이슬람 청년 민병대 바시즈와 혁명수비대의 무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

두 번째, 중국의 톈안먼 사태처럼 정부가 시위를 강경 진압해 버릴 수도 있다. 이날 “시위에 상응한 책임”을 언급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금요예배 발언으로 가능성이 높아진 시나리오다. 단기적으로는 효과도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이 경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문제 해결에 실패하고 민주화를 탄압했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향후 신정(神政)체제 약화도 불가피하다.

세 번째, 시위가 잦아들지 않을 경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대선 결과를 수용하라는 기존 태도에서 한 발짝 물러나 결승투표를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측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태도 번복에 따른 자신의 리더십 약화를 감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짐바브웨식 해법도 상정해 볼 수 있다.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에서 지고도 경쟁자인 모건 창기라이 후보를 협박해 정권을 유지한 사례를 뜻하는 것. 신변 위협 속에 해외 도피까지 했던 창기라이 후보는 결국 억지로 총리 직을 수락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경쟁자인 미르호세인 무사비 후보와 그 측근들에게 요직을 제안한다면 짐바브웨식 형식적 권력 배분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다만 이는 개혁파의 시위 피로감이 커지고 무사비 후보가 정권교체 시도를 접을 때에만 실현 여지가 있다.

이 밖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재검표와 결선투표 없이 민주화의 싹이 완전히 잘릴 가능성 △결선투표를 통해 무사비 후보가 선출되지만 보수파의 강한 반발로 허수아비 권력자가 될 가능성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되 민심에 밀려 개혁 개방정책을 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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