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계속땐 혼란 책임져야할 것” 최후통첩
이란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사태와 관련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69)가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는 “이제 이란은 평온이 필요하다”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길거리 시위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최고통치권자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9일 테헤란대에서 열린 금요예배에 참석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선거부정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1위와 2위의) 득표 차가 1100만 표에 이르는데 1100만 표를 어떻게 바꿔치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더 나아가 “나의 대내외 정책관은 다른 누구보다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정책관에 가깝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 개혁파 세력을 압박했다.
이란 뉴스통신 ISNA는 테헤란 시 당국이 20일 예정된 야권세력의 집회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시위 중단 요구는 앞으로의 대규모 시위사태에 강경대응 방침을 시사하는 최후통첩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와 개혁인사를 체포하고 국내외 언론 및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회유책을 마련해 ‘시간 벌기’에 나섰다. 이란 정부는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포함해 낙선한 대선 후보 3명에게 20일 헌법수호위원회와 간담회를 갖자고 대화를 제의했다. 낙선 후보 진영으로부터 접수한 646건의 불법선거 사례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헌법수호위원회와 낙선 후보 간 면담 주선은 난국 타개책을 마련할 시간을 버는 동시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국민적 책임공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시위대를 ‘성난 축구팬’ ‘먼지’ 등으로 부르며 모욕해 온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18일 관영 TV를 통해 “내 발언은 (시위대가 아니라) 불을 지르고 시민을 공격하는 폭도를 지칭한 말이었다. 모든 이란인은 소중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선거부정 의혹으로 촉발된 이란의 시위 과정에서 지금까지 숨진 사람이 총 15명이라고 19일 밝혔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이 단체의 대변인은 “(이란에서) 모두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들 희생자 중 학생 5명이 포함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