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녀 네다의 죽음, 이란시위 변수로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연일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란 국민들에게 한 소녀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오스트리아 빈 의회의사당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반정부 시위 도중 사망한 소녀 ‘네다’의 사진을 담은 푯말을 들고 있다. ‘네다는 죽어서도 두 눈을 뜨고 있는데 우리는 살아서 두 눈을 감고 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가’라고 적혀 있다. 빈=EPA 연합뉴스
연일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란 국민들에게 한 소녀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오스트리아 빈 의회의사당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반정부 시위 도중 사망한 소녀 ‘네다’의 사진을 담은 푯말을 들고 있다. ‘네다는 죽어서도 두 눈을 뜨고 있는데 우리는 살아서 두 눈을 감고 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가’라고 적혀 있다. 빈=EPA 연합뉴스
아버지와 시위 나섰다 민병대 총격에 숨져
유튜브서 최후 순간 본 누리꾼들 “우리도 나서야”

“네다, 너의 마지막을 전 세계가 눈물 속에 지켜봤어. 네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아. 우리는 너를 영원히 기억할 거야.” “부디 저 하늘에서 평화롭게 잠들기를. 이란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20일 유튜브 동영상에 등장한 한 이란 소녀의 사망 순간이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동영상은 청바지 차림의 소녀가 큰 충격을 받은 듯 갑자기 길바닥에 주저앉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변 남성들이 달려가 부축해 보지만 소녀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린다. 눈이 뒤집힌 소녀의 앳된 얼굴에 붉은 피가 쏟아져 흐른다. ‘바시즈(이란 친정부 민병대)에게 살해된 소녀’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20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본보 22일자 A17면 참조
이란 시위대, 하메네이 권위에 정면 도전

‘네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소녀는 테헤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 변을 당했다고 CNN 등 외신은 전했다. 유튜브엔 ‘바시즈가 20일 테헤란 시위장소에서 총을 쏴 그녀를 죽였다’고 설명돼 있다. 한 블로거는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시위를 하다 총격을 당했고 영상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소녀 이름은 네다 솔타니이며 철학을 공부하는 16세 학생’이라고 전했다.

이란어로 ‘목소리’를 뜻하는 소녀의 이름 ‘네다’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참혹한 영상에 충격을 받은 누리꾼들은 “이란 독재정권 타파를 위해 우리도 나서야 한다” 등 댓글을 달고 있다. 친목사이트 페이스북에는 네다를 ‘이란의 천사’로 부르며 추모하는 단체도 생겼다. 네다의 죽음이 이란 사태의 새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란에선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이 본격화되면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던 비무장 여성들이 민병대,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위에 참가했던 한 19세 여성은 CNN에 “바시즈가 곤봉을 휘두르며 마구 때려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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