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핵을 실은 미군 함정의 통과를 고려해 5곳의 주요 해협에서 국제법이 보장하고 있는 영해 12해리(22km) 대신 3해리만 적용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전직 외무성 사무차관들의 증언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3해리 적용 대상은 쓰시마(對馬) 섬 양쪽 동수도와 서수도, 홋카이도(北海道) 북단 소야(宗谷)와 남단의 쓰가루(津輕), 규슈(九州) 남단 오스미(大隅) 해협이다.
이들 해협은 미 전략원자력잠수함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겨냥한 핵 억지 작전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요충지이지만, 12해리 영해를 적용할 경우 공해가 없어져 일본 영해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 경우 핵 반입을 금지한 일본의 비핵 3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정부가 영해를 좁히는 대신 공해 부분을 일부러 마련했다는 것. 일본은 1960년 미국과 안보조약을 개정하면서 핵 함정의 영해 통과를 묵인한다는 내용의 밀약을 체결한 바 있지만, 실제로 핵이 영해를 통과할 경우 국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3해리를 적용하게 됐다고 전직 외무성 사무차관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주요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항해를 촉진하기 위해’ 영해 3해리를 적용한다고 밝혀왔다. 미국은 냉전 후 일본에 기항하던 항공모함에서 전술핵을 철수했으나 핵우산 제공을 위해 전략원자력잠수함은 지금도 핵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채 일본 근해를 항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