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헌법수호위원회와 정부는 22일 이란 대선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한 부정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 후보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지지해 온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범개혁 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 무사비 “시위도중 폭력 자제를”
이란의 최고 엘리트 군대인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선거 결과에 항거하는 시위대가 다시 거리로 나설 경우 이를 분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비대는 이어 “계속되는 시위는 이란에 대한 전복 음모”라며 “시위대가 폭력과 파괴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란 군대의 ‘혁명적 대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이란 시위사태가 점차 소강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나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국민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혁명수비대의 경고가 나온 이후인 22일 저녁에도 1000여 명의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은 수도 테헤란의 도심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란 경찰과 친정부 민병대는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하늘을 향해 실탄까지 발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한 하프트에티르 광장에 200여 명의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이 모이자 수백 명의 경찰이 달려들어 시위를 원천 봉쇄했고 이 광장 인근 지하철역에서는 다수의 인파가 한곳에 모이지 못하도록 서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 걷도록 요구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무사비 전 총리는 앞서 21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거짓과 사기에 저항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고 지속적인 저항을 요청하면서도 “폭력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22일 부분 재검표 결과 대선 결과를 번복할 만한 부정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압바스 알리 카드코다이 헌법수호위 대변인은 “50개 지역에서 유권자 수보다 많은 표가 나왔지만 이들 선거구의 총투표수는 300만 표 이하”라며 “이란에서는 유권자가 선거구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앞서 21일 헌법수호위가 아니라 양측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독립적인 위원회가 대선 부정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범개혁 세력 정치세력화 시도
이란 당국은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 씨(46)와 4명의 친척을 체포했다 풀어주었다고 국영 프레스TV가 21일 보도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최고지도자 선출 및 해임 권한을 가진 이슬람 최고성직자회의와 국가임시조정위원회를 이끄는 정계의 실력자이다. AP통신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반정부 세력을 지지하는 성직자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무사비 전 총리 측이 범개혁 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가까운 개혁성향 정당인 카르고자란의 호세 마라시 대변인은 “무사비 전 총리를 중심으로 이슬람 공화국의 가치를 지켜 나가기 위한 개혁세력의 정치적 전선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