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본보기로 삼았던 외국의 경제성적표는?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 1960~90년 롤모델 일본
거품경제 붕괴후 10년 침체
○ 1997년 이후 英美 신자유주의
금융위기로 실물경제 추락
○ 2000년 이후 유럽식 모델
효율성 낮고 위기에도 취약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후 일본 모델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영미식 신자유주의 모델을 주된 교본으로 삼았다. 일본식 모델은 정부 주도 아래 대기업집단을 육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모델은 일본 국민의 근면성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초고속 경제발전’이란 선물을 가져다줬다. 한국 역시 1970∼90년대 정부가 육성한 대기업이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고도성장을 맛봤다. 하지만 일본경제가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 붕괴 후 10년 동안 반등하지 못하자 일본식 경제모델은 한국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오히려 한국은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수출과 금융, 물류에 집중한 싱가포르식 모델에 더 주목했다.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부터 영미식 경제모델이 한국을 지배한 것.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선 각종 조건들을 지켜야 했는데, 그 조건들이 대부분 영미식 경제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기업 지배구조에서 주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했으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기능을 중시했다. 영미식 경제모델을 받아들인 덕분에 한국은 기업경영의 투명화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대외 의존이 심화됐고 대기업 경영 위축과 경제활력 저하라는 부작용도 있었다. 사회적으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으로 2000년대 초반 들어 한국은 유럽식 경제모델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럽식은 자유시장 경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사회주의 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커졌고 ‘성장’뿐 아니라 ‘분배’도 강조했다. 하지만 유럽식 모델은 효율성 측면에서 영미식 모델에 뒤졌다. 한국도 유럽식 경제모델을 ‘관심’ 정도의 수준으로만 받아들였을 뿐이다.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선 핀란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유럽 강소국을 본받자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인구가 수백만 명에 불과하고 한정된 산업에 집중한 강소국 모델은 인구 수천만 명인 한국이 본받기에 무리라는 지적도 강했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지금, 한국이 본보기로 삼은 해외 국가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첨단 금융산업을 자랑했던 영국과 미국이 이번 경제위기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금융 불안이 실물로 파급되면서 자동차업계 ‘빅3’인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GM)가 올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리먼브러더스 등 금융회사도 줄줄이 쓰러졌다. 영국도 지난해 3분기(7∼9월)에 전기 대비 ―0.7% 성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유럽 국가들과 싱가포르도 수출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올해 1분기에 예외 없이 30%대의 수출 감소를 보여 한국(―24.9%)보다 경제위기의 충격을 크게 입었다.

오승구 CJ경영연구소 상무는 “한국은 경제성장 단계에 따라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모델의 필요한 부분을 그때그때 차용해 왔다”며 “하지만 해외 주요국들이 경제위기에서 허약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이제 ‘한국형 경제모델’을 정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산업부 특별취재팀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유영 기자 acb@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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