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민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 경제난 극복과 건강보험 개혁 등 시급한 개혁 과제에 밀려 후순위가 되는 듯했던 이민개혁이 오바마 행정부 개혁 어젠다의 한 축으로 올라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민주 공화 양당에서 이민개혁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의원 30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법률 통과를 목표로 포괄적 이민개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혔다. 그는 “합의를 이루기엔 아직 이견이 너무 많지만, 현재의 시스템이 부서져 있어 수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들 동의하며 국민들은 여전히 해결책을 바라고 있다”며 “더는 미루지 말자”고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합의 도출과 의회 통과는 ‘무거운 역기 들기처럼’ 험난한 도전이 될 것임을 인정하면서 “실용주의와 상식, 그리고 단기적 정치적 이해타산을 넘어선 정책의 승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선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내가 앞장서서 짐을 지겠으며 이민개혁에 반대하는 노조에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민개혁안 마련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논의와 별도로 이민수속 전산처리 장비를 현대화하고 이민신청자 신원 조회 적체를 해소하는 등 이민업무를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고객친화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불법이민 문제 해결은 전임 부시 행정부가 임기 중후반 역점 과제로 추진했으나 실패한 지난(至難)한 과제다. 2007년에 양당이 초당파적으로 추진했던 개혁안은 △수백만 불법이민자에게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합법 체류 지위를 부여하고 △이민법 적용을 강화하며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세 축으로 구성돼 있었다. 국경 경계를 강화하고 법 적용을 강화하되 적절한 절차를 밟는 외국인에겐 합법적 노동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발상이다.
오바마 정부의 논의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는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의 확대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고실업 시대에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내준다는 발상에 상당수 의원도 주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