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부대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모두 합쳐 한국의 3배 넓이인 초대형 경제지역을 3곳 지정해 서부 발전을 이끌 ‘엔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1999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서부대개발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빈곤 탈출을 선언한 지 10년 만에 서부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25일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에서 간쑤(甘肅) 성 톈수이(天水)에 이르는 지역을 ‘관중톈수이(關中天水) 경제구’로 정해 집중 개발한다고 발표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 1차 목표연도는 2020년이다.
이곳에는 선진제조업중점기지, 과학기술자원시범기지, 현대농업첨단산업기지, 화샤(華夏)문명 역사문화기지가 구축된다. 투입 자금의 규모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내륙형 개방경제를 목표로 삼아 일부 지역은 특별한 정책적 혜택을 누리는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23일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중 하나인 ‘21세기경제보’는 산시 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안이 상하이 푸둥(浦東), 톈진(天津) 빈하이(濱海)신구 등의 뒤를 이어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내륙의 푸둥’이 탄생한다는 소리다.
관중평원에 자리 잡은 시안은 중국의 역대 17개 왕조가 도읍을 삼은 천년고도다. 중국 고대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이후 점차 낙후돼 현재 1인당 소득이 중국 31개 성시 중 20위 안팎이다. 크기는 한국의 80% 정도인 7만9800km²다.
이와 함께 곧 충칭(重慶)직할시와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를 연결하는 청위(成투) 경제구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지역은 장비제조업기지, 첨단산업기지, 국방연구기술기지 등 6가지 항목으로 집중 개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위 경제구는 한국의 1.7배 크기인 16만8000km²로 인구는 약 1억 명이다.
중국 언론들은 시안과 충칭, 청두를 잇는 삼각형 지역을 ‘서삼각’으로 부르고 이곳이 향후 주장(珠江) 강 삼각주, 창장 강 삼각주, 환보하이(環渤海) 만 경제권에 이어 중국의 4대 발전중심축으로 성장한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다. 이미 산시와 쓰촨 성, 충칭직할시의 발전개혁위원회가 정기 협의를 갖는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 난닝(南寧)을 중심으로 광시(廣西)북부만 경제구를 지정했다. 이곳 역시 서부대개발 대상 지역이다. 인구 1255만 명인 이 경제구에는 접경지역의 이점을 활용해 중국과 동남아국가들이 합작한 의류기지와 상업무역기지, 정보교류센터 등이 설립될 예정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