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경계하라” 베트남 독립영웅의 쓴소리

  • 입력 2009년 6월 30일 02시 58분


“광산개발 中참여 우려” 표명
정부 “사업 계획 축소” 약속

“베트남이여, 중국을 경계하라.”

베트남 독립영웅 보응우옌잡 장군(98·사진)이 광산 개발에 중국 기업이 참여하도록 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 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잡 장군은 북베트남(월맹)군 총사령관으로 프랑스를 상대로 한 독립전쟁(1946∼1964), 미국과 남베트남의 베트남전쟁(1960∼1975)을 승리로 이끈 전설적인 인물. ‘베트남의 나폴레옹’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통일 베트남 이후에는 국방장관, 부총리, 공산당 정치국 위원 등 요직을 지냈으며 1982년 은퇴했다.

조용히 지내온 그는 2007년 말 베트남 정부와 공산당이 중국알루미늄공사에 2025년까지 150억 달러를 투자받는 조건으로 중부 고원지대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 광산 개발을 허용하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학계와 종교계, 환경운동가들이 환경 파괴와 현지 원주민들의 거주 문제 등을 거론하며 광산 개발에 반대하고 나서자 대표를 맡았다. 올해 1월 응우옌떤중 총리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광산 개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이어 두 차례 더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트남은 약 1000년(기원전 111년∼기원후 938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고 통일 이후 베트남이 친(親)소련 노선을 걷자 1979년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해 양국이 전쟁을 벌인 일이 있다. 지금도 남중국해 일부 섬에 대한 영유권을 놓고 양국은 갈등을 빚고 있다.

잡 장군의 ‘압력’에 베트남 정부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 “환경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 광산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고, 보크사이트 채굴 예정지 4곳 중 2곳만 우선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잡 장군은 (중국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일어선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는 국부(國父) 호찌민과 함께 활동했던 독립의 주역인 잡 장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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