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에 TV를 켜면 아주 자주 만나는 얼굴 가운데 한 명이 빌리 메이스 씨(사진)다. 황금시간대가 아닌 시간에 케이블 채널들은 홈쇼핑 인포머셜(정보형 광고)을 내보내는 경우가 흔한데 그중 상당수를 메이스 씨가 선전한다. 높은 톤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턱수염이 특징이다. 세제 접착제 대걸레 보험 등 선전 제품도 다양하다.
이른바 ‘피치맨(Pitchman·TV에서 물건 선전하는 사람)’이란 직업을 대중 상업문화의 스타 반열로 끌어올린 메이스 씨가 28일 오전 플로리다 주 탬파의 자택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이는 50세로 25일 숨진 마이클 잭슨과 동갑이다. 피살 흔적은 없으며 큰 병을 앓아오지도 않았다.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진행 중이다.
메이스 씨는 27일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착륙 당시 비행기가 앞바퀴 파열로 거칠게 착륙했다. 별다른 부상자는 없었다. 메이스 씨는 공항에서 지역방송 기자에게 “천장 짐칸에서 가방들이 떨어져 머리에 맞았는데 나는 원래 머리가 단단하다”고 익살을 떨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중퇴 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에서 ‘TV 광고에 나온 그 제품입니다’란 광고판을 써 붙이고 칼, 대걸레 등을 팔았다고 한다. 그러다 1993년 홈쇼핑 채널에서 옥시클린, 오렌지클린 등 세제 시리즈 선전을 한 게 대박을 터뜨렸다.
“내가 파는 건 다 직접 써본다. 내가 믿지 않는 제품은 선전하지 않는다”는 걸 신조로 삼아왔다. 25일의 마이클 잭슨과 패러 포셋, 28일의 메이스 씨 등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아직은 한창인 나이대인 인기인들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미국인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