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막후 실세이자 개혁파의 핵심 인물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문가위원회 의장이 이란 사태 발발 보름여 만에 침묵을 깨고 대통령선거 부정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라프산자니 의장은 최고지도자의 임명·해임권을 가진 전문가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인물.
라프산자니 의장은 28일 “이란 국민과 정부 간 관계를 분열시키고 이슬람 신정체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려는 ‘의심스러운 세력’이 작용하고 있다”며 “‘의심스러운 세력’이 개입해 대선 이후 난잡한 혼란이 빚어졌다”고 비판했다고 CNN방송이 이란 국영 IRNA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랜 침묵 끝에 등장한 라프산자니 의장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강조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 사태를 ‘불손한’ 세력이 개입한 혼란이라고 규정함으로써 막후 영향력 발휘를 기다리던 개혁파 진영의 기대를 꺾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도 테헤란에서 다시 벌어졌다. 28일 오후 테헤란 북부 고바 이슬람사원 부근에서 3000여 명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삼엄한 경계태세가 유지되고 있는 테헤란 도심에 대규모 시위대가 나타난 것은 24일 이후 나흘 만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