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일본 간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소유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6일 쿠릴열도가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한 일본 의회에 항의하는 외교문서를 일본 정부에 보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하원(두마)은 7일 일본 관광객이 비자 없이 쿠릴열도를 여행하는 것을 러시아 정부가 철회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쿠릴열도는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에 있는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등 4개의 섬을 일컫는다. 이 섬들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점령했다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로 넘어갔다.
최근 분쟁에 먼저 불을 지른 측은 일본이다. 일본 참의원은 3일 이 섬을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명기한 ‘북방영토문제 해결촉진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8일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영토 회담을 갖기로 예정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에게 보내는 협상 지침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자 러시아 의회가 반격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러시아 자유민주당 총재는 “쿠릴열도가 러시아의 ‘양도할 수 없는 영토’라고 명기하고 쿠릴열도를 일본에 반환하는 어떤 법도 무효로 인정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상원 의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 정부가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거부해야만 양국 간 영토 분쟁 해결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성명을 7일 발표했다.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양국 의회의 강경한 자세가 확인된 이상 러-일 정상 간 협상 폭은 극도로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올 5월 일본을 방문할 때 “하보마이와 시코탄 2개 섬을 일본에 양도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러시아가 일본에서 경제 원조를 받는 대가로 2개 섬 이상을 양보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 의회의 반발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쿠릴열도 문제가 의제에서 아예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러시아 언론이 전망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