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한두 시간 타는데 자가용이 필요하나요? 빌려 타면 되지요.”
동네 주차장의 공용차를 필요할 때마다 회원 여럿이서 나눠 타는 ‘카 셰어링(car sharing)’이 최근 일본 도쿄(東京) 등 도심 지역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10일 일본 재단법인 교통모빌리티에콜로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현재 카 셰어링 회원은 약 6400명으로 지난해 대비 2배로 늘었다.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이미 일반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카 셰어링이 일본에서 뒤늦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 때문이다. 보너스나 월급이 줄어들면서 차량 유지비를 아껴 보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일본에서는 자가용 한 대를 굴리는 데 드는 비용이 의외로 많이 든다. 도쿄 거주자가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경우 주차비만 월평균 10만 엔(약 139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보험료와 유지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경제적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카 셰어링을 이용하면 이 같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교통모빌리티에콜로지에 따르면 한 달에 주말에만 2시간씩 차를 쓴다고 가정할 경우 드는 비용은 자가용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카 셰어링은 사용 시간 또는 주행거리에 따라 요금을 내기 때문에 렌터카보다 저렴하다. 렌터카는 최소 6시간 이상을 대여해야 하지만 카 셰어링은 분 단위로 빌릴 수 있다. 서비스 업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1시간 빌리는 데 카 셰어링 요금은 약 1300엔(월 회비 1000∼4000엔은 별도)이다.
카 셰어링 회원이 급증하면서 일본 카 셰어링 업체들도 서비스 점포를 늘리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카 셰어링 최대 업체인 오릭스는 도쿄와 나고야(名古屋)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서비스 지역을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등 간사이(關西)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올해 3월 카 셰어링 사업에 뛰어든 파크24도 서비스 점포를 2개에서 다음 달 말까지 100개로 확장할 예정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카 셰어링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도요타가 2007년부터 카 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닛산도 이달 말부터 요코하마(橫濱) 시에서 회원 20명 규모의 시범사업을 거쳐 2010년부터 본격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