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활동해온 알카에다 대원들이 북아프리카로 잠입하면서 북아프리카의 알카에다 조직이 잇달아 테러를 저지르고 있어 서방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알제리에 본거지를 둔 ‘이슬람 북아프리카 알카에다(AQIM)’는 지난달 23일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이유로 모리타니의 수도 누악쇼트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미국인 크리스토퍼 레깃 씨를 살해했다. 이에 앞서 5월 31일엔 말리에서 영국인 관광객 에드윈 다이어 씨가 AQIM 대원에게 목숨을 잃었다. AQIM은 1월 다이어 씨를 납치한 뒤 몸값 1400만 달러(약 180억 원)와 영국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카타다의 석방을 요구했으나 영국 정부가 이를 거절했다.
AQIM은 군과 경찰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말리 군 알카에다 담당 장교인 라마나 울드 체이크 중령이 AQIM 대원들에게 암살됐고, 18일에는 AQIM의 폭탄 공격으로 알제리 경찰 20여 명이 숨졌다.
미국의 테러 전문가들은 “이라크에서 테러 전술과 폭탄 제조법을 익힌 알카에다 요원들이 아프리카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AQIM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당초 AQIM은 1990년대 알제리 내전 당시 반정부 무장단체로 출발했지만 2006년 알카에다의 지부로 편입된 뒤 전문 테러범들을 ‘수혈’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프랑스 정부의 한 테러 담당 관계자는 “AQIM은 미국과 영국인을 잇달아 납치·살해함으로써 지역 무장단체를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지하드(성전) 조직으로 변신했음을 세계에 알렸다”고 분석했다.
이에 아마두 투마니 투레 말리 대통령이 7일 알카에다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소탕에 나섰다. 윌리엄 워드 미 아프리카통합사령부 사령관도 “AQIM은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라고 인정했다.
서방 국가들은 AQIM이 북아프리카를 넘어 유럽으로까지 세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와 의회가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이슬람식 여성 복장)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자 AQIM은 지난달 30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프랑스에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아우구스트 하닝 독일 내무차관은 “만약 알카에다가 독일을 공격한다면 AQIM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