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두딸이 ‘돌아올수 없는 문’ 오가는 모습 못잊어”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오바마 “얘들아, 이 문의 유래는 말이지…”11일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653년 노예제 시대에 악명을 떨친 요새 ‘케이프코스트캐슬’의 유래를 두 딸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 요새의 문 안쪽에는 흑인들이 족쇄에 묶여 있다가 노예로 팔려가 한번 나가면 돌아올 수 없다고 해 ‘도어 오브 노 리턴(Door of no return)’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 그러다 2005년 가나 정부가 돌아오는 후손들을 반긴다는 의미로 ‘도어 오브 리턴(Door of return·흰색 점선 부분)’이란 팻말을 문 바깥쪽에 새로 붙였다. 케이프코스트캐슬=EPA 연합뉴스
오바마 “얘들아, 이 문의 유래는 말이지…”
11일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653년 노예제 시대에 악명을 떨친 요새 ‘케이프코스트캐슬’의 유래를 두 딸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 요새의 문 안쪽에는 흑인들이 족쇄에 묶여 있다가 노예로 팔려가 한번 나가면 돌아올 수 없다고 해 ‘도어 오브 노 리턴(Door of no return)’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 그러다 2005년 가나 정부가 돌아오는 후손들을 반긴다는 의미로 ‘도어 오브 리턴(Door of return·흰색 점선 부분)’이란 팻말을 문 바깥쪽에 새로 붙였다. 케이프코스트캐슬=EPA 연합뉴스
‘흑인’ 오바마, 아프리카 방문… 경제발전 모델로 또 한국 언급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160km 떨어진 해안가에 있는 케이프 코스트 캐슬. 1653년에 만들어져 노예제 시대에 악명을 떨친 요새다. 수많은 흑인들이 족쇄를 찬 채 이 곳 감옥에 갇혀 있다가 미국행 배에 강제로 태워졌다. 그래서 그 곳은 '돌아올 수 없는 문(門)'으로 불렸다.

그 곳에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섰다. 그는 두 딸과 아내가 요새를 둘러보는 걸 말없이 바라봤다. 몇 시간 후 그는 가나 의회에서 연설했다.

"오늘 내 두 딸, 아프리카인의 후손이기도 한 내 두 딸이 '돌아올 수 없는 문'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가곤 하는 걸 봤다. 그 이미지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요새는 세상에 악(惡·pure evil)이 존재함을 일깨워줬다. 현재도 존재하는 그런 종류의 악에 대해 맞서 싸워야 함을 가르쳐줬다. 그리고 바람은 항상 인류의 진전을 향해 분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그는 또 "나에겐 아프리카의 피가 흐른다"며 부족의 존경받는 어른이었지만 영국인들의 요리사로 일하며 '보이(boy)'로 불렸던 할아버지, 염소를 치며 미국유학의 꿈을 키웠던 아버지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국민들에게 가난과 저개발,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책임감을 당부했다.

"아프리카의 미래는 아프리카인에게 달렸다. 부패와 압제를 떨쳐버리고 가난과 질병에 맞서 싸워한다. 여러분의 매 걸음마다 미국은 동반자로, 친구로 옆에 함께 있을 것임을 약속한다."

이어 "아프리카에 필요한건 철권 통치자가 아니라 강건한 제도"라며 "한국에서부터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정부가 국민과 하부구조를 위해 투자했을 때 그 나라가 번영함을 보여 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10일 이탈리아 G8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사실 내 아버지가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 당시(1950년대 후반)에는 케냐가 한국보다 잘 살았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은 매우 발전하고 상당히 부유한 국가가 되었지만, 케냐는 여전히 심각한 빈곤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민간부문 및 시민사회와 협력해 투명성과 책임성,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일련의 제도적 장치를 창출할 수 있었으며 이는 아주 두드러진 경제적 발전으로 이어졌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똑같은 일을 못해낼 이유가 없다"고 격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나 방문은 만 24시간도 안되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취임 후 첫 아프리카 방문답게 가나 국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방송에선 "아프리카의 빛나는 아들 오바마"라는 멘트가 계속 흘러 나왔고, 의회 연설에 앞서 의원들은 "Yes, we can"(대선 때 오바마 캠프의 캐치프레이즈)을 연호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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