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이 사회 불만을 투표로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통계수리연구소가 16일 발표한 ‘일본인의 국민성 조사’에 따르면 “생활이 빈곤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응답자의 57%로 본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국민성 조사는 1953년부터 시작해 5년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 11월 성인 남녀 64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 경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37%로 역대 최고였던 1993년의 79%에서 크게 떨어졌다. “생활이 앞으로 가난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2003년의 47%에서 10%포인트 높은 57%로 조사됐다.
경제에 대한 불만으로 “최근 1개월 사이에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불안 초조함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도 48%나 나왔다. 이는 특히 20, 30대 젊은층에서 두드러져 각각 63%와 62%였다. 기업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채용 비중을 늘리면서 고용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고 빈부 격차 등 사회 양극화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 불만을 선거에서 투표로 반영시키겠다는 응답도 5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또 “어떤 일이 있어도 투표에 참가하겠다”는 응답도 5년 전보다 5%포인트 높은 40%나 돼 불만과 스트레스를 투표 행위로 적극 표출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수리연구소 측은 “이번 조사는 경기침체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가을 실시한 것이어서 경기 상황이 더 좋지 않은 현재는 이 같은 태도가 더욱 강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