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분기(4∼6월) 경제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정부 고위관료들이 잇따라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언급하고 나서 성장률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인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 기업들의 실적개선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은 “회복은 더딜 것”이라며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하고 있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은 19일(현지 시간) CNN방송에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이 전 분기보다 크게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하강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올 2분기에 전 분기보다 상태가 크게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부문의 대부분 지표가 연내 성장세 회복이 가능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31일 2분기 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돼 작년 4분기(10∼12월) ―6.3%, 올해 1분기(1∼3월) ―5.5% 등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5일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하반기 미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1.6%에서 ―1∼―1.4%로 상향 조정했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17일 “미국 경제가 올 초에는 파국 직전까지 몰렸지만 최근 몇 개월간 경제가 크게 안정됐다”며 “올해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유럽 순방길에 파리를 방문하던 17일 회견에서 “미국의 성장 전망이 3개월 전에 비해 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실제로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여러 경제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콘퍼런스보드가 20일 발표하는 6월 경기선행지수가 0.5% 올라 2004년 이래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또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는 5월 62만7000건에서 6월 61만6000건으로 줄었다. 6월 주택 신축 실적은 3.4% 증가했으며 선행지표인 주택건설 허가실적도 전월에 비해 8.7% 늘어 작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도 계속되고 있다. 톰슨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S&P 500 소속 기업 중 실적을 발표한 55곳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곳이 71%에 이른다. 지난주 실적 혹은 예상치를 내놓은 인텔과 IBM, JP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등은 대부분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결과를 내놨다. 미국 증시는 지난주 7% 이상 올랐다.
이처럼 미국경제의 긍정적인 흐름에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자신 있게 말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고용사정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 부실대출 증가 등이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라이언 스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이 이루어질지는 더 두고 볼 일”이라며 “취약한 노동시장이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