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9일 “일천한 정치경력과 40대의 젊은 나이에도 냉철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이 마침내 국내외의 힘겨운 도전에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이유는 일단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것. 주요 이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많은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아직 수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안정 대책과 787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한 것으로 평가 받았던 미국경제의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실업률 상승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는 오바마 대통령을 잠 못 들게 하는 요인이다.
야심차게 시동을 건 건강보험개혁도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시간표에 따르면 8월 휴회 이전까지 건강보험개혁안을 상·하원 관련 위원회에 상정한 뒤 10월부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 중 일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의 변화 추이도 심상치 않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15∼18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개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지지도는 49%로 나타났다. 반대는 44%. 여전히 지지한다는 응답이 높지만 4월 조사 당시 57%였던 지지도가 8%포인트나 하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치적 무당파계층에서의 이반현상”이라며 “취임 100일 당시 무당파층의 경우 찬성 53%, 반대 30%로 집계됐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찬성 44%, 반대 49%로 반대가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온실가스감축 문제를 포함한 기후변화협약 문제도 골칫거리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글로벌 어젠다에 동참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지도력을 상실한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한 국내 입법 절차를 서두르고 있지만 관련 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정세 역시 아프가니스탄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탈레반 세력은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내민 악수의 손을 뿌리친 채 마이웨이를 선언한 상태다.
폴리티코는 “이제 허니문 기간은 지났다. 가시적 성과로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입증해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