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인기 프로그램에 밀려 황금시간대 TV 연설 시간을 변경하는 굴욕을 당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이 동부시간 기준으로 22일 오후 9시에 TV 연설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건강보험 개혁의 당위성을 밝혀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행사였다.
하지만 주요 방송사들이 인기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는 오후 9시를 오바마 연설에 할애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NBC는 그 시간에 인기 프로그램인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 방영이 예정돼 있었던 것. 특히 이날은 영국의 유사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가 배출한 스타인 수전 보일과의 특별 인터뷰가 소개될 예정이었다.
ABC 역시 ‘나는 일본의 게임쇼에서 이렇게 살아남았다’라는 프로그램과 시간이 겹쳐 고민에 빠졌다. 또한 백악관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방송사들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광고 수입까지 포기해야 했다. 결국 백악관 측이 ‘덜 중요한’ 시간대인 오후 8시로 TV 연설 시작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폭스TV는 인기 프로그램 ‘당신은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하시죠’가 이날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방영되는 것을 이유로 오바마 TV 연설을 아예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