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년층 “인생 후반기는 봉사”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50대 이상 ‘피스코’ 지원 급증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살던 전직 교사 헤젤 파월 씨(62·여)는 최근 안락한 집과 가족을 남겨두고 혼자서 불가리아의 벽촌으로 떠났다. 자동차보다 나귀가 끄는 달구지가 많은 그곳에서 피스코(Peace Corps·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27개월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등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파월 씨는 ‘애리조나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평생 생계를 위해 일해 왔고 두 딸을 잘 키웠다. 이젠 내가 그동안 받은 걸 돌려줘야 할 때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요즘 미국에선 피스코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피스코 봉사는 젊은 시절의 특권”이라던 고정관념을 깨고 50대 이상 장년층 지원자가 크게 느는 추세다. 22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2008년도 피스코 지원자는 전년도보다 40% 늘었다. 지원자의 평균 연령은 27세다. 50세 이상 지원자도 1197명으로 전년도 864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뉴프런티어 정책의 일환으로 창설된 피스코는 개발도상국의 교육 농업 위생조건의 개선 등을 목적으로 미 정부가 국내에서 봉사자를 모집해 훈련시켜 파견하는 단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대상국은 느는데도 지원자는 줄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근래 피스코 지원자가 급증하는 건 ‘오바마 열풍’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계를 향한 봉사’를 강조했고 취임 후엔 “피스코 예산을 2011년까지 10%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사상 초유의 경제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일자리 잡기가 어려운 이때에 평생의 꿈인 해외 자원봉사에 나선다는 것이다. 피스코 봉사를 은퇴 후의 꿈으로 갖고 있던 캐서린 베다드 씨(61)는 최근 실직하자 인생 계획을 앞당겨 피스코에 지원했다. 젊은 시절부터 틈틈이 아프리카 빈민을 위한 집 지어주기, 고아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해온 그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봉사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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