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폐하, 죄송합니다” 경제위기 예측 실패 사과편지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여왕 폐하, 미래에 닥칠 상황을 예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경제위기 예측에 실패한 것을 사과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26일 가디언 일요판 신문 ‘옵서버’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BOE) 통화정책위원인 팀 베슬리, 런던대의 현대사 담당 교수인 피터 헤네시 씨 등 거물급 학자들을 포함한 경제학자들은 최근 여왕 앞으로 석 장 분량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위험한 부채를 관리할 수 있음은 물론 금융 시스템을 오류 없이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는 ‘금융 마법사(financial wizards)’만 믿고 오만에 빠진 희망 섞인 전망이었을 뿐”이라고 반성했다.

이들은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결국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 지성인들의 집합적 상상력의 실패”라며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 문제없어 보였지만 실상은 커져 가는 경제 불균형의 위기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옵서버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해 11월 런던정경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왜 아무도 금융위기의 강도와 시기 등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느냐”고 말한 것을 계기로 경제학자들이 이번 사과 편지를 작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달 ‘브리티시 아카데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자리에는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 씨(사진)와 영국 재무부의 닐 맥퍼슨 사무차관도 참여했다고 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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