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人4色 ‘맥주 정상회담’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흑백갈등 풀었을까?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0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 마련된 피크닉 테이블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왼쪽)와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경찰서의 제임스 크롤리 경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맥주를 마시며 웃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도 자리를 함께했다. 40분 동안 이어진 이날 회동은 네 사람 모두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정도로 밝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버드 라이트’, 게이츠 교수는 ‘샘 애덤스 라이트’, 크롤리 경사는 ‘블루문’, 바이든 부통령은 무알코올 ‘버클러’를 마셨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흑백갈등 풀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0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 마련된 피크닉 테이블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왼쪽)와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경찰서의 제임스 크롤리 경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맥주를 마시며 웃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도 자리를 함께했다. 40분 동안 이어진 이날 회동은 네 사람 모두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정도로 밝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버드 라이트’, 게이츠 교수는 ‘샘 애덤스 라이트’, 크롤리 경사는 ‘블루문’, 바이든 부통령은 무알코올 ‘버클러’를 마셨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각자 취향대로 맥주 선택
오바마 “교훈 얻은 자리”

지난달 30일 오후 6시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밖의 로즈가든. 4명의 남자가 하얀 원탁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잔씩을 들이켰다. 호스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지난달 16일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시에 있는 자택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강도로 오인됐던 흑인 교수(하버드대) 헨리 루이스 게이츠 씨와 그를 체포했던 백인 경찰 제임스 크롤리 경사가 초대받았다.

호스트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흰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렸고, 손님들은 정장 재킷을 입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버드 라이트’를 선택했고, 바이든 부통령은 무알코올 맥주 ‘버클러’를, 게이츠 교수는 보스턴 토산 ‘샘 애덤스 라이트’를, 크롤리 경사는 ‘블루문’을 마셨다. 안주는 땅콩과 프레첼. 주제는 인종 문제였지만 분위기는 가벼웠고 네 사람은 중간중간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맥주 회동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친근하고 사려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교훈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롤리 경사도 “매우 진심어린 자리였다”고 평가한 뒤 “지나간 일보다는 미래의 일을 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교수도 “경찰관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하는지 이해하게 됐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교훈을 얻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저명한 흑인 교수가 백인 경찰에게 연행되면서 촉발됐던 흑백 간 갈등은 백악관이 주선한 ‘맥주 정상회담(beer summit)’을 계기로 일단락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 직후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어리석게 행동했다”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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