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입국 허용말라” 노골적 불만

  • 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위구르족 지도자 카디르, 日 이어 호주-터키 방문 지지호소 예정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족의 지도자로 미국에서 망명 활동 중인 레비야 카디르 세계위구르회의(WUC) 의장(62·사진)이 각국 방문에 나서면서 중국과 그가 방문하는 국가 간에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카디르 씨를 지난달 5일 발생한 신장자치구 우루무치 유혈 시위사태의 배후로 지목하고 그의 방문을 허락하지 말도록 각국에 요청했으나 터키 일본 호주 등이 잇달아 그의 입국을 허용했다. 카디르 씨가 우루무치 유혈사태 이후 각국을 다니며 적극적으로 위구르족에 대한 지지를 호소함에 따라 그는 중국과 각국의 관계를 껄끄럽게 하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제프 래비 주중 호주대사를 불러 “호주가 카디르 씨의 방문을 허용한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결연히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1일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은 “호주는 카디르 씨의 방문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호주가 위구르족의 반(反)중국 활동 근거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영화제를 지난달 25일 해킹한 데 이어 1일에도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등의 허위 내용을 올리는 등 해킹했다. 유명 중국 감독들은 불참을 선언했다. 영화제 주최 측이 카디르 관련 기록영화를 상영하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카디르 씨가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자국을 방문하도록 허용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다. 중국 외교부는 카디르 씨의 일본 방문 허용에 항의해 지난달 29일 미야모토 유지(宮本雄二) 주중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따졌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일 중국대사는 카디르 씨를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 독가스 테러를 사주한 옴진리교 교주에 비유하면서 “카디르 씨의 방일 허용으로 중국과 일본 양국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카디르 씨는 또 조만간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중국과 터키 관계도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지난달 10일 “우루무치 사태는 대량 학살”이라고 발언해 중국을 격분시켰다. 터키는 이어 카디르 씨의 터키 방문 신청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카디르 씨는 감사를 표시해 그가 곧 터키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카디르 갈등’으로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되면서 “터키 내 중국인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사례가 있다”며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안전에 유의하라”고 교민들에게 당부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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