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주화의 꽃’ 아키노 前대통령 타계

  • 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86년 마르코스 독재 꺾고 집권
李대통령-DJ 애도 뜻 전해

필리핀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사상 첫 여성대통령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1일 타계했다. 향년 76세. 아키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결장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과 항암치료에 전념해 왔으나 최근 암이 간에까지 전이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아키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필리핀 전역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성당 등에 모여 애도를 표하고 있다고 데일리 인콰이어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1933년 필리핀의 명문 정치가문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아키노 전 대통령은 미국 뉴욕의 마운트세인트빈센트대서 수학과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자 소꿉친구였던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과 결혼하면서 그녀의 일생도 달라졌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1983년 야당 지도자인 남편이 미국에서 귀국하다 군부에 의해 암살당하자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19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부를 무너뜨린 이른바 ‘피플 파워’ 무혈봉기를 이끌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현대의 잔다르크’로 추앙받았지만 대통령으로서는 그리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재임 기간 수차례의 군부 쿠데타 기도에 시달렸고 정치 경험이 부족해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기득권 세력에 휘둘렸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임기를 6년 단임제로 바꾸는 등 헌법을 개정해 민주주의 토대를 다졌다. 1992년 대통령에서 물러났지만 2001년 ‘2차 피플파워’를 주도해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아키노 전 대통령의 타계는 ‘국가 보물’의 손실”이라며 10일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갖도록 지시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아키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조전을 보내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는 1일 아키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조문을 보냈다고 최경환 비서관이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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