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동반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생산과 재고를 줄였던 제조업체들이 다시 생산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와 고용회복 신호가 아직은 미약하다는 점에서 제조업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 글로벌 제조업 경기 ‘훈풍’
3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제조업 경기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이날 발표한 7월 제조업지수(PMI)는 전달의 44.8에서 48.9로 크게 개선됐다. 여전히 기준치인 50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50 이상이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되고 있음을, 50 미만이면 축소를 의미한다.
특히 제조업 경기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신규 주문지수가 55.3으로 전달보다 6.1포인트나 올랐다는 점에서 경기 전망을 밝게 했다. 노버트 노어 ISM회장은 “제조업만 놓고 본다면 우리는 경기침체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 ISM 측은 8월로 들어서면 PMI가 기준치 5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존과 영국, 중국 등의 제조업 지표도 일제히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일 마켓이코노믹스의 분석을 인용해 유로화 사용 16개국의 7월 PMI가 46.3으로, 전달의 42.6에서 크게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는 작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5개월째 상승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 지역 제조업이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PMI도 전달 47.4에서 7월에 50.8로 오르며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 선을 넘어섰다. 동유럽에서는 주요 경제국인 헝가리의 7월 PMI가 49.2로, 전달에 비해 3.2포인트 상승하면서 50에 바짝 접근했다. 폴란드의 7월 PMI도 46.5로 전달에 비해 3.5포인트 뛰었다. 중국 제조업 상황을 보여주는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중국 PMI는 7월에 전달보다 1포인트 상승한 52.8을 나타내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 원유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
글로벌 제조업 경기회복으로 상품 소비가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6월 30일 이후 한 달여 만에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어섰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은 거래일 기준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보다 배럴당 3.58달러 오른 71.36달러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 인도분 선물도 배럴당 2.13달러 오른 71.58달러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구리 알루미늄 아연 납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19개 주요 원자재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도 3일(현지 시간) 3.4% 오른 266.23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성장세로 전환하면서 상품 가격이 꾸준히 오를 것이며 이 같은 현상은 특히 내년에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