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표현과 어투 비슷”
미국에 망명 중인 ‘위구르족의 대모(代母)’ 레비야 카디르 세계위구르회의(WUC) 의장(사진)에게 중국에서 사는 그의 가족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가 조작 논란을 빚고 있다.
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카디르 의장의 남동생과 자녀 손자 등 가족 12명은 지난달 24일 아랍어로 쓴 편지에서 “당신으로 인해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무고한 사람이 많이 숨지고 재산이 파괴됐다”며 “중국 정부의 허락으로 2005년 미국으로 가면서 한 ‘일체의 분열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책망했다. 편지는 또 “신장(新疆)에서 위구르족은 아무런 차별 없이 살고 있다”며 “우리는 안정되게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카디르 의장의 아들과 딸 남동생 등 3명은 이와 별도로 시위 피해자 가족에게 보내는 아랍어 편지에서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우루무치 사태는 카디르가 지도하는 WUC와 일부 분자들의 행동으로 보인다”며 “WUC와 카디르는 책임을 면할 수 없고 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호주 시드니를 방문 중인 카디르 의장은 4일 홍콩의 라디오방송 ‘라디오 프리 아시아(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힘이 있다. 그들은 내 아이들의 말을 통제하고 나를 비난하게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신이 창조한 나와 아이들 사이의 사랑까지 제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누가 편지를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자신의 부모가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비난하길 원하는 자녀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도 “편지의 문구나 어투로 볼 때 중국 당국이 규정한 우루무치 사태와 매우 흡사하다”며 “만약 편지가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경찰의 계속되는 조사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