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일본 총선에서 열세에 놓인 자민당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안보공약을 쟁점화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민주당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자문기구인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는 4일 북한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쏠 경우 요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총리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또 적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적 기지 공격론의 제한적 검토와 함께 우방국과 공동으로 무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간담회 좌장인 가쓰마타 쓰네히사(勝오恒久) 도쿄전력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안보와 관련해) 무심코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은 안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간담회 보고서를 참고해 제대로 공부 좀 하라”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자민당이 우회적으로 민주당에 싸움을 건 모양새다.
자민당은 안보정책이 민주당보다 현실적이라고 자부하는 데다 어차피 지지율이 뒤진 상황이라 논쟁이 불붙어도 밑질 게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납치 문제 등을 쟁점화할수록 선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한 문제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도 자민당으로서는 내심 반기는 눈치다. 반면 민주당은 당내에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 의원들이 섞여 있고 총선 후 연대 대상인 사민당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민감한 안보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자민당이 안보논쟁을 촉발하는 것은 이런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다른 야당과의 틈새를 벌리는 것은 물론 보수적 유권자를 결속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자민당의 속셈을 꿰뚫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안보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자민당 정권이 구성한 간담회에서 나온 보고서가 무슨 대수냐. 정권을 잡은 뒤에 우리의 시각으로 검토하겠다”며 싸움을 피했다. 민주당에는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을 잡고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이겨 확실하게 국회를 장악할 때까지는 안보 문제를 전면 쟁점으로 삼지 않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