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그루지야 1년만에 또 전운

  • 입력 2009년 8월 6일 02시 57분


러 “남오세티야서 도발 조짐” 전투태세 격상
메드베데프-오바마 긴장해소 방안 전화 논의

지난해 8월 남오세티야 문제로 충돌했던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의 전쟁 1주년을 맞는 7일을 앞두고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4일(현지 시간) “전쟁기념일이 다가오면서 그루지야의 도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러시아군과 남오세티야에 주둔하고 있는 국경수비대의 전투대응 태세를 한 단계 올렸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또 외교부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더 심각한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리 카라스 러시아 외교차관은 “그루지야 지도부가 남오세티야 국경에서 매우 도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이 민주주의를 명목으로 그루지야의 재무장을 돕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보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에 따르면 러시아의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IGC는 “올 초만 해도 지난해 전쟁을 놓고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까지 벌어졌지만 1주년이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분석했다. 그루지야 의회의 유럽통합위원회 의장인 다비트 다르치아시빌리는 “국제사회와 국제법 역시 그루지야의 편에 서 있다”면서 “러시아가 어떤 호전적인 방해 공작을 펼친다 해도 그루지야는 모든 것을 이겨낼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고 자유유럽라디오(RFE/RL)가 전했다.

이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4일 그루지야 상황에 대해 전화로 논의하기도 했다. 백악관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해진 절차와 국제 감시 등을 통해 긴장관계를 해소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8월 전쟁은 그루지야가 자치주였던 남오세티야의 독립 움직임에 반발해 이 지역을 침공하며 시작됐다. 당시 러시아는 자국 시민 보호를 명목으로 즉각 개입했고 5일 만에 승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현재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데다 그루지야가 국경에서 몇 차례 도발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두 나라의 긴장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