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이 세계 처음으로 한글을 공식문자로 도입했다. 한글이 해외에 공식적으로 보급되면서 과학적인 표음문자(表音文字·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기호로 나타내는 문자)인 한글의 우수성이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인구 6만여 명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독자적 언어를 갖고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어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를 알게 된 훈민정음학회 관계자들이 바우바우 시를 찾아가 한글 채택을 건의해 지난해 7월 한글 보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서울대 이호영 교수(언어학)가 주도해 만든 한글 교과서를 보급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한글교육이 자리 잡아 상용화되면 한글이 해외로 전파된 첫 사례가 된다.
이 학회의 ‘한글 세계화 사업’은 지난해 5월부터 추진됐으며 그동안 한글 학계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이나 태국, 네팔 오지의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훈민정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김주원 교수(언어학)는 “이 사업이 성공하면 우리 민족과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이호영 교수도 “한글은 문자가 없는 민족들이 민족 정체성과 문화를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