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열린다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美-스위스, UBS 미국인 고객정보 공개 합의

미국과 스위스 양국 정부가 1년 이상 끌어온 스위스 은행 UBS의 미국인 고객 정보 공개에 관한 협상을 타결지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1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주의’ 전통이 깨지게 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 법무부 스튜어트 깁슨 조세담당 검사는 이날 이 사건을 담당해온 플로리다 주 지방법원의 앨런 골드 판사에게 “미국과 스위스 정부 양측이 합의문 초안에 합의했다”며 “최종 서명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UBS는 이번 합의에 따라 미 국세청(IRS)이 요구한 미국인 고객 5만2000명의 계좌 정보 중 약 5000명의 정보를 미 조세 당국에 건넬 것으로 예상된다.

더그 슐먼 미 국세청장은 성명을 통해 “기초적인 합의가 이뤄져 기쁘다”며 “이르면 다음 주 합의안에 대한 서명을 마치는 대로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스위스 정부도 성명을 통해 “합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돼 기쁘다”며 “양측 정부 대표들의 서명 이후 내용을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미 국세청은 플로리다법원을 통해 UBS에 세금 탈루 의혹이 있는 5만2000명의 미국인 고객 정보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은닉재산은 150억 달러로 추정됐다.

그러나 UBS와 스위스 정부는 고객 정보 공개는 수세기를 이어온 스위스의 은행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국 측 요구를 거부했다. 스위스 정부는 UBS가 고객 정보를 미국에 넘기려 할 경우 관련 데이터를 압류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히기도 했었다.

결국 UBS가 미 조세 당국에 고객 정보를 넘기기로 합의함에 따라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주의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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