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뒤늦게 국제사회에 지원 요청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태풍 ‘모라꼿’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대만 정부가 뒤늦게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모라꼿의 대만 상륙 1주일이 넘은 16일 현재 400명 안팎이 매몰돼 생사조차 모르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피해는 제대로 수습되지 않고 있다. 확인된 사망자와 실종자만 180명에 이르고 2만 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만 언론은 15일 “대만 정부가 14일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 굴착기 등 중장비를 공수할 수 있는 대형 헬리콥터와 이동주택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당초 (외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13일 재해대책본부에서 지원에 필요한 물품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했다가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지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홍콩 등 중화권이 제일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 정부는 14일 필요하다면 헬기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7일에는 구호물품 150상자를 전달할 예정이다. 성금 모금도 시작됐다. 16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10일부터 중국 전역에서 대만동포 돕기 모금운동이 전개돼 15일 밤 현재 1억3000만 위안(약 234억 원)이 모금됐다. 시나닷컴과 소후 등 중국 주요 포털 사이트도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5000만 홍콩달러(약 645만 달러)를 쾌척했다.

또 15일 현재 한국 정부는 주대만대표부 대표 명의로 12만 달러를 전달했다. 미국은 25만 달러와 함께 대형 헬기 등 장비도 긴급 지원했다. 미군 장비가 대만으로 들어가기는 두 나라가 단교한 지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 일본은 1000만 엔(약 10만5000달러)을, 싱가포르는 20만 달러와 의료품을 보냈다.

한편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15일 태풍 피해가 큰 중부 난터우(南投) 현을 방문해 “우리는 더 잘, 그리고 더 빨리 대처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늑장 대처에 대해 사과했다고 대만 언론이 16일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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