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경기회복(The Pink Recovery)’이 다가온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위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강한 생존력을 보이고 있다. 18일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2007년 12월 경기 후퇴가 시작된 후 사라진 일자리 가운데 절반가량이 건설업과 제조업 등 남성 직업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겨울에는 여성 1명이 해고될 때 남성은 4명이 해고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미 전역에서 24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중 남성 실업률은 9.8%로 여성 실업률 7.5%보다 더 높았다. 여성들이 81%나 차지하고 있는 건강의료 분야에서는 7월 한 달간 2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난 반면 건설 분야에서는 7만6000개, 제조업 분야에서는 5만2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타임은 “금융시스템 붕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고위직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며 “이제 ‘남성성(maleness)’은 위험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과 동의어가 됐다”고 진단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존 코츠와 조 허버트 교수는 최근 런던 주식시장에서 주식거래인들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을수록 고수익 고위험 투자 패턴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포린폴리시는 최근호에서 “금융자본주의로 불리던 ‘마초맨 클럽’은 이번 경제위기 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과는 달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787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은 댐과 도로 등 인프라 건설보다는 헬스케어와 교육 등 비교적 여성 친화적 분야에 더 많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5명 중 3명이 여성 공무원인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예산 지원도 여성 친화적 분야에 더 많이 지원되고 있다. 타임은 “남성은 여전히 미국 전체 노동력의 54%를 차지한다”며 “그러나 이번 위기 후 더는 가부장, 중산층, 외벌이, 핵가족 중심의 가정경제 모델은 계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남녀 실업률 증감 추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차이를 보였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고용동향’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경제선진국에서는 남성 실업률이 크게 늘어나 여성 실업률을 초과한 곳이 많았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수출 위주의 제조업 분야에 고용된 여성들의 실업률이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